여학생 3명이 교무실 문을 열고 빼꼼 얼굴을 들이민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 한명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6반 담임선생님을 찾는데 선생님이 안 계신다.
점심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신 것 같다.
아이에게 왜 그러냐 물으니 눈물을 글썽이며 미열이 나고 아파서 조퇴를 하러 왔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라고 하려니 아이 마음이 급해 보여 또 오지랖이 발동했다.
"몇 번이니?"
아이 핸드폰을 찾아 주고 전원을 켜 부모님께 전화를 걸라 시켰다.
"선생님 바꿔줘~~"
담임교사도 아닌 같은 교무실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아이 사정을 이야기하고 어찌할지 상의 후 아이를 집에 보냈다.
몸이 아픈 저 녀석에겐 1분 1초도 고단할 것 같아 담임선생님에겐 내가 사정을 전해주었다.
6교시 시작.
이번에는 옆 반 남자아이가 교무실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나랑 눈이 마주친 녀석이 불쑥 손을 내밀며 나에게 말한다.
"선생님!! 저 피나요!!"
이 녀석 웃고 있는데 피는 웃을 정도가 아니다.
"뭐야 왜 이래? 누가 그랬어?"
아이와 반대로 웃지 못하고 심각하게 묻자 눈치를 보며 자기 혼자 커터칼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손을 베였다고 한다.
휴지로 피나는 곳을 눌러주고 보건실로 내려 보냈다.
곧 보건샘이 교무실로 연락이 오셨다.
너무 깊게 베여 아무래도 꿰매어야 할 것 같단다.
담임선생님은 순회 수업을 나가셨는데...
또 오지랖 넓게 아이 핸드폰을 찾아 전원을 켰다.
응급처치를 마치고 돌아온 녀석 등짝을 한 대 때려주고는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자세히 물었다.
사건에 대해 정리가 되고 아이가 얼마나 다친 것인지까지 파악이 끝나고 나서야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저는 000 과학선생님인데요 제가 천천히 설명드릴 테니 너무 놀라지 마시고 들으셔요. 000 이가 손을 좀 베였어요. 커터칼을 가지고 쉬는 시간에 혼자 장난치다가 베였다고 해서 보건 선생님께 봐주셨는데 병원에 가서 꿰매야 할 것 같다고 하시네요. 힘줄이나 신경이 끊어진 것 같지는 않고 살이 좀 깊이 베여서 자연적으로 살이 잘 아물지 않을 것 같아 봉합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셔요...."
아이가 다쳤다고 하면 크게 놀라는 게 부모 마음인 걸 나도 너무 잘 아는지라 최대한 놀라시지 않게 차분히 설명하려 노력하는데 어찌나 애를 쓰는지 전화를 끊고 나면 내가 진이 빠진다.
"이놈의 시키야!!!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다쳐서 선생님 놀라고 엄마도 놀라시고 선생님 엄마 다 속상하게 만들고 말이야!!"
또 한 번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잔소리 폭탄을 날리는데 정작 다친 녀석은 걱정해 주는 마음을 아는지 맞으면서도 좋다고 웃는다.
"죄송합니다~~ 아 꿰맬 때 아플 거 같아요.."
"마취해서 안 아파. 꿰매고 난 후가 아프겠지!! 아파야지!!!!"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아이를 보내고 돌아오신 담임선생님에게 또 사연을 전달했다.
교무실에 선생님이 나만 있는 건 아닌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먼저 바라보게 되는 이놈의 오지랖 넓은 성격 덕에
오늘도 아이들 일을 해결해 주고 있는 건 나였다.
7교시 수업.
"일주일에 4번 선생님을 보는데 선생님 수업이 없는 딱 하루가 너무 허전하고 뭔가 그날 마무리가 안된 것 같아요!!
"맞아요!! 선생님 존재감이 너무 커요!"
금요일 같이 느껴졌던 수요일.
지쳐있던 마지막 시간에 나를 웃게 하고 힘내게 해 주었던 건 역시나 아이들이었다.
퇴근 후 눈이 감긴다.
'하... 병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왜 이러고 사는 거지?'
내 몸이 지쳐 진이 빠지게 오지랖을 피는 것이 병이다 싶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한심하다.
근데 또 한편으론 싫지가 않다.
날 보는 아이들의 눈빛과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아이들의 태도.
그 변화가 이런 내 노력에서 오는 결과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기에.
보람 있다.
그래도 힘들다.
도대체 적정선은 어디인 걸까?
교직이 싫다 언제든 떠날 거다 매일 징징거리면서도 14년째 교단에 머물고 있는 아이러니함...
내 마음의 이중성.
매일 일기를 쓰다 보면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