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교사로서 첫 교단에 서게 된 학교는 그 지역에서 악명 높은 꼴통 공업 고등학교였다.
애들이 복도에서 담배 피운다던데?
학생이 선생님도 때린데!!!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애들도 있데!!
별별 소문이 무성한 학교였지만 패기 넘치는 20대에 원래도 근자감 높은 나였기에 지인들만 걱정이 많았지 당사자인 나는 설렘만 가득했었다.
남자 공업 고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이자 과학 교사.
담임교사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풀도록 하고 오늘은 학교 짱을 만난 이야기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정보통신반 첫 수업.
교실에 들어가니 맨 뒷자리 한 녀석이 책상 위에 엎어져 자고 있다.
"저기 자는 친구 누구야? 깨우자~~"
젊은 여자 선생님이 들어오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녀석들이 나의 이 말 한마디에 표정이 굳어버린다.
"왜? 저 친구 깨우라니까?"
옆 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 눈치를 살피며 답한다.
"선생님... 저 친구는 깨우면 안 될 것 같아요?"
"에?? 왜??"
"...... 저 친구 저희 학교 짱이에요."
아이의 대답에 조금 전 분위기가 무엇이었는지 파악이 됐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던 수많은 소문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밖에서 도는 소문만 믿고 겁을 먹고 물러서면 앞으로 이 아이들을 지도해 나갈 수 있을까?
찰나의 순간 떠오른 생각들과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뜨거운 감정.
나중에 든 생각인데 저 순간에 난 이성이 없었던 듯하다.
"(사나운 눈빛으로 변신) 그런데?"
"(더 당황한 눈빛들)...... 저 친구 깨우면 선생님을 때릴지도 몰라요......"
저 대답을 듣고 끓어오르던 감정은 활화산 폭발하듯 터져버렸고
패기와 객기 가득했던 28살 초짜 교사는 잡아먹을 듯한 눈빛과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목소리로
"야!!!!!! 깨워!!!!! 난 대전 짱이었거든!!!!!!!!!!!"
이라고 소리쳤다.
다음은??? 어떻게 됐냐고???
놀란 아이들이 자는 학교 짱을 깨웠지~~~
"아~~! 씨발 뭐야~~!!!"
(분위기 사악 살벌)
"아... 선생님 들어오셨구나... 죄송합니다..."
상황 종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뿜어내는 기운이 어찌나 살벌하던지 살기가 느껴지더란다.
그래서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지역 짱 먹었다는 말을 믿었다고...
학교 짱보다 지역 짱이 더 세니까?
선생님이 학교 짱을 이길 것 같았다나?
물론 난 학교 다닐 때 짱 따윈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정 반대에 가깝다.)
첫날 첫 수업 기선제압에서 이긴 나는 이후 학교 짱 위에 있는 선생님이 되었고.
학교 짱은 운동장 반대편에서도 내가 부르면
"옙 선생님!!!!" 하고 전력질주로 뛰어오는 애제자가 되었다.
당연히 다른 아이들은 나에게 함부로 게기지 못했지.
첫 학교 첫 교단에서의 깨달음.
내가 학교짱이 될 것!!
교사가 학교짱이 될 것!!
(물로 후유증도 있었음.
나에 대한 무수한 유언비어들...
저 샘 지역 짱이었데에서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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